상가 임대차 계약 만료를 앞두고 "내가 직접 장사를 할 테니 나가주시오"라는 임대인의 통보를 받는 임차인이 많습니다. 평생을 바쳐 일군 사업장과 권리금을 한순간에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이게 됩니다.
그렇다면 임대인이 직접 건물을 사용하겠다는 이유만으로 세입자는 아무런 보상 없이 그냥 나가야 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렇지 않습니다. 현행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과 대법원 판례는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기회를 엄격하게 보호하고 있습니다. 현직 공인중개사의 시각에서 관련 법률과 대법원의 핵심 판례를 자세히 분석해 드리겠습니다.
1. 상가 임대차법상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조항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 4(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등)에 따르면, 임대인은 임대차 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임대차 종료 시까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권리금 계약에 따라 임차인이 정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로부터 권리금을 지급받는 것을 방해해서는 안 됩니다.
- 신규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요구하거나 수수하는 행위
- 신규 임차인으로 하여금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하는 행위
- 신규 임차인에게 현저히 고액의 차임과 보증금을 요구하는 행위
- 정당한 사유 없이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과의 임대차 계약 체결을 거절하는 행위
- 만약 임대인이 이를 위반하여 임차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2. 임대인의 "직접 사용" 주장에 대한 대법원 판례
과거에는 "임대인이 직접 건물을 사용할 예정"이라는 명목으로 신규 임차인과의 계약을 거절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판결을 통해 이러한 행위가 명백한 권리금 회수 방해 행위에 해당함을 분명히 했습니다.
[대법원 2019. 8. 29. 선고 2018이다 284226 판결]
"임대인이 임대차 종료 후 자신이 목적물을 직접 사용하겠다는 등의 이유로 임차인이 알선한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백히 표시하였다면, 이는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 4 제1항 제4호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 없이 임대인이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와 임대차계약의 체결을 거절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핵심 포인트: 신규 임차인을 데려오지 않아도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합니다
기존 법리상 권리금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임차인이 새로운 세입자를 찾아 계약을 알선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임대인이 "내가 직접 쓸 테니 신규 임차인을 데려오지 마라"라고 명백하게 밝힌 경우, 임차인이 실제로 신규 임차인을 알선하지 않았더라도 임대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임대인의 단호한 거절 의사로 인해 신규 임차인을 구하는 행위 자체가 무의미해졌기 때문입니다.

3. 계약갱신요구권 10년이 지난 후에도 보호받을 수 있을까?
많은 임차인 분들께서 가장 오해하시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이미 10년 동안 장사를 했으니 이제 권리금도 포기하고 나가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입니다.
이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명확한 판결을 내렸습니다.
[대법원 2019. 5. 16. 선고 2017이다 225312 판결]
전체 임대차 기간이 10년을 초과하여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라 하더라도, 임대인은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 4에 따른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의무를 부담한다.
즉, 계약갱신요구권 행사 기간(10년)이 만료되어 임대차 계약을 연장할 수 없는 상황이라 할지라도,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기회는 별개로 보호받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10년 이상 영업한 사업장이라도 임대인이 직접 사용을 이유로 쫓아낸다면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합니다.

4. 임차인이 현실적으로 취해야 할 대응 방법
임대인이 직접 건물을 사용하겠다며 퇴거를 요구할 때, 세입자는 다음의 구체적인 절차를 통해 본인의 권리를 보호해야 합니다.
① 증거 자료의 확보
임대인이 "직접 사용하겠다"라고 말한 내용에 대한 증거를 확보해야 합니다. 문자 메시지, 카카오톡 내용, 통화 녹음 파일, 혹은 내용증명 등이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과의 계약을 거절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표시했음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합니다.
② 권리금 감정평가 준비
임대인의 방해로 권리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퇴거하게 될 경우, 임대인을 상대로 권리금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이때 손해배상 액수는 임대차 종료 당시의 권리금 감정평가액과 신규 임차인이 지급하기로 했던 권리금 중 낮은 금액을 기준으로 산정됩니다.
③ 전문가 상담 및 내용증명 발송
임대인에게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 4 조항과 관련 대법원 판례를 적시한 내용증명을 발송하는 것이 좋습니다. 법적 리스크를 인지한 임대인이 합의에 나서거나, 권리금에 상당하는 보상금을 제시하는 경우도 실무에서 자주 발생합니다.
공인중개사의 조언: 법적 권리를 당당히 주장하세요
상가 임대차 관계에서 임대인이 "내 건물 내가 쓰겠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자유입니다. 하지만 법은 그로 인해 발생하는 기존 임차인의 재산상 손실(권리금)까지 무시하도록 허용하지는 않습니다.
임대인의 직접 사용 요구가 있다면 무조건 포기하고 퇴거하지 마시고, 전문가(변호사 또는 전문 공인중개사)와 상의하여 권리금 회수 방해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절차를 차근차근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법은 스스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자를 보호합니다.
💡 요약정리
임대인이 직접 사용하겠다는 이유로 신규 임차인 체결을 거절하는 것은 법적으로 권리금 회수 방해 행위입니다.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 체결 거절 의사를 명백히 한 경우, 신규 임차인을 알선하지 않았더라도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합니다.
영업 기간이 10년을 넘어 갱신요구권이 없더라도 권리금 보호 조항은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임대인의 거절 의사에 대한 명확한 증거(녹음, 문자, 내용증명)를 반드시 확보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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